2020년 03월

실험 참가자를 방에 둡니다. 방에는 버튼이 몇 개 놓여있고, 조명도 하나 있습니다. 이 방 안에서 특정 행동을 하면, 불이 들어오면서 점수를 얻었음을 알려줍니다. 참가자들은 그 행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나 빨리 점수를 올리는지 보는 테스트라고 말해줍니다. 예상하다시피, 참가는 일단 버튼을 마구 눌러댑니다. 그러다가 불이 들어오면, 방금 했던 행동을 반복해 점수를 더 얻으려 합니다. 어? 그런데 이번엔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좀 더 복잡한 행동을 추가해봅니다. 이 버튼을 세 번 눌렀다. 저 버튼을 한 번 누른다. 5초를 기다립니다. 딩동댕! 불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이 방법도 또 안 통합니다. 버튼이 아닌가? 앉은 자세인가? 무언가 만져서 그런가? 발과 관련 있나? 딩동댕! 불이 들어옵니다. 역시! 발 때문이었군요. 참가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실험을 계속합니다. 보통 10분 정도면 자기가 확신하는 나름의 패턴이 생깁니다. 한 다리로 10초 서 있기, 버튼의 복잡한 순서를 특정 방향을 보면서 외우기 등 별별 이상한 게 다 나옵니다.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점입니다. 사실 불이 켜지는 건 랜덤입니다. 순서나 패턴이 없습니다. 오직 착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이 실험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빠르게 잘못된 믿음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방을 나서면서 다들 확신했습니다. 애를 좀 먹었지만, 자기가 점수 따는 패턴을 알아냈다고 말입니다. 뇌는 계속 의미를 만들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2가지입니다. 1) 뇌는 불완전합니다.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잘못된 정보를 기억합니다. 2) 의미를 한번 만들어내면, 확증 편향이 생깁니다. 의미에 맞게 경험을 해석합니다. '신경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논문은 Searching for patterns in random sequences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노하우를 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래봤자 2-3번인 얕은 경험입니다. 무작위와 우연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 뇌는 잘못된 믿음 투성이가 됩니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내 믿음이 현실에 부합할까.

비츠가 썼던 인재 전략 1. 음반사의 마케팅 임원은 음료회사나 주류회사의 마케팅 전문가들과는 처지가 달랐다. 2. 음료회사나 주류회사는 광고에 수백만 달러를 쓰면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네임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전개하지만, 음반사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창고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이름 없는 젊은이들을 데려다 전 세계가 아는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 3. 한정된 예산으로, 더구나 자신에게 말대꾸도 하고 광고가 마음에 안 든다고 거부하기까지 하는 ‘상품'들을 데리고, 그런 기적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려면 대단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4. (따라서) 음반사들이 새로운 스타를 끊임없이 발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음반사의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능력을 많이 갈고 닦았다는 뜻이다. 가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부터(브랜딩), 버즈를 일으키고(미디어 전략), 판매대에 올리는 거까지. 그리고 이런 경험과 기술들은 전 세계 어느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5. 비츠는 (이런) 전직 음반사 임원들을 채용해서 아티스트 및 운동선수들과 협업하는 방식의 헤드폰 브랜드 전략을 세우고 버즈를 일으켰다. 대대적으로 유명인들이 추천하니 소매점들도 끌려올 수 밖에 없었다. 6. 그렇게 스타트업이던 비츠는 어마어마한 양의 제품을 소매점에 유통시키며, 2011년에만 3억 5천만 달러어치가 넘는 헤드폰을 팔아치웠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음반사 특유의 게릴라 마케팅을 차용해 돈 한 푼 쓰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제이 새밋, <부의 추월이 일어나는 파괴적 혁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