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로나 이후 포탈 실검 1위부터 10위까지 처음 듣는 상장사로 채워지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주식 때문에 검색어에 있는 거다. 그 리스트 열 중 아홉은 크게 오른 것. 그 중 또 아홉은 코로나 때문에 오른 것. 정상은 아니다. 2. 최근 주식 한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벌었다. 많이 벌었느냐 조금 벌었느냐 차이만 있을 뿐 전부 다 벌었다. 요즘처럼 상한가가 난무한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해피엔딩일 리는 없다. 3. 증권회사 형한테서 최근 개인이 주식 때문에 빚 내는 추이에 대해 들었는데 정말 다들 혈안이 됐더라. 선OO이란 분이 누구나 주식하면 25% 정도는 다 벌 수 있다고 책을 냈다던데 워렌버핏이 매년 평균 20% 수익을 냈더니 세계최고부자가 되었다. 근데 당신이 25%를 지속적으로 번다고? ㅎㅎ 4. 1) 처음에 1억으로 주식 시작한 사람이 차차 투자금을 줄여 나중에 백만원만 갖고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100만원 하다가 천만원, 일억, 끝엔 십억 늘려가겠지. 2) 백만원으로 일년을 열심히 굴려 백프로 수익 낸 자가 이거 되네 싶어서 십억 투자했다. 첫날 1프로만 손실 봐도 1년간 번 돈의 열배 손실을 본 거다. 요즘같이 실물과 무관한 주식장에서 동학하는 마음으로 투자, 1)+2) 하면 우리 학창시절 수학 시험에 나온 Gambler’s ruin problem과 비슷하다. 그 문제의 정답은 제목 그대로 ‘결국엔 망한다’ 이다. 5. 주식을 전업으로 하던 친구는 얼마 전 자산운용사를 차렸다. 그 친구 말에 따르면 여의도에 큰돈을 번 전설적인 개미가 52명 있었는데 그 중 51명이 비참하게 끝났고 자기가 마지막 생존자란다. 웃자고 한 얘기겠지만 완전 뻥은 아닌 일부 사실로 알고 있다. 6. 옛날 내 블로그를 본 사람들은 기억할 텐데 나는 계속 이렇게 말해왔다. 직장인이 수시로 사고파는 주식 거래에 빠지면 돈 뿐만 아니라 자기 관심과 시간이 거기 걸려있게 된다. 그 시간과 관심은 공짜가 아니다. 자기의 본업에서 빼쓰게 된다. (장은 근무시간에 열리니까) 그렇다면 근무시간에 그렇게 재테크랍시고 하는 사람과, 그런 거 모르고 자기 일에 올인 하는 사람 중에 누구의 미래가 더 밝을까. 단기적으로는 전자가 조금 더 벌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니 사실 잃을 가능성이 더 높지) 장기적으로는 후자가 전자를 이긴다 고 믿는다. 스스로한테 누적되고, 또 지속되고 보존되는 것은 둘 중 후자니까. 특히 작은 회사의 얼리스테이지에 다닌다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놓고 그 담엔 잊어버리고 그냥 자기 실력 경험 늘리는데 최선을 다해보는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보상, 자기가 만든 자기 미래는 주식 창에 코박고 있는 사람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스케일이다. 7. 직장인이 주식을 사는 건 좋다. 그러나 수시로 사고파는 것은 앞서 얘기한 대로 위험하다. 월급보다 큰 돈을 하루에 벌면 지 일이 우습다. 반대로 잃으면 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옆 친구가 핸드폰 붙잡고 하루 만에 월급을 벌었다고 좋아하나.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맡은 일을 잘 할 궁리하자. 그래도 뭔가 아쉽다면 제일 좋아 보이는 회사 주식을 틈날 때 여유있을 때 사놓고 다시 자기 일 잘 할 궁리를 하자. 아까 그 친구는 나중에 절대 너를 못 이긴다. 8. 나로 말하자면 주식이든 그림이든 그 어느 것도 사기만 하고 평생 판 적 없는 사람인데 (심지어 20년 가지고 있는 내 회사 주식도 아직 단 한 주도 판 적이 없다) 최근 아이 교육을 위해 첨으로 주식앱을 깔고 큰아이의 전 재산 200만 원을 받아 두 개의 주식을 사줬고 한 달 뒤 아이 재산은 580만원이 됐다. 아이에게 보고 하면서 이런 대화를 했다. “아이야. 0 몇 개 더 붙여서 똑같은 주식을 샀으면 니가 대학 안 가고 놀아도 될 뻔했다.” “아빠 역시 열심히 살아봤자 소용없는 거 같아요. 세상이 이렇게 돈 있는 사람이 돈 버는 구조인 거잖아요.” 9.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거들랑 다시 4번으로 가거라. 니가 떠올린 어떤 큰 부자가 있다면 그 사람 부자만든게 남의 주식 아니고 지 일, 지 회사 주식일 거다. 10.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몇 주 전부터 꼭 짬내서 이렇게 적어두고 싶었다. 너네 그러다 큰일 난다고.

-프레인 글로벌 CEO 여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