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미팅에 나가면서 있어 보이려고 비싼 옷을 입고, 점잖아 보이기 위해 정장을 입고. 정열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빨간 옷을 입는 건 가능하지만, 날씬해 보이려고 갑자기 뱃살을 없애고, 강해 보이려고 근육을 붙이고, 어려 보이려 주름을 펴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업의 브랜드와 사람의 아이덴티티는 선언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쌓여서 만들어지고.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바뀌는, "옷"이 아닌 "몸"같은 것이다. BI를 디자인 측면으로만 접근할 때, 우리는 유행하는 쫄티를 입어 배가 드러난 아저씨와 어두운 상의를 입어 배는 가렸으나 여전히 비만한 아저씨, 그 둘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여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