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금보 아시죠? 묵직한 쿵푸를 선보이며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당대의 스타였었는데, 세월 앞에서는 진짜 장사가 없는가 봅니다. 인생무상이라지 않습니까? 지난번 부친 제사 모시러 귀국했을 때, 85세 어머니가 소주 한잔 드시고 자식들 앞에서 스쳐지나가듯 해준 말이 떠오릅니다. "인생이 모자라지 돈이 모자라지 않더라~ 매사에 이기려들지 말고 밑지는 듯 손해보는 듯 살아라!" SNS라는 게 그런 면이 있다. 대체로 매일 최고급 와인을 물처럼 마시는 사람은 좀처럼 그 와인 라벨을 자랑삼아 올리지 않는다. 매일 컵라면을 먹는 사람이 새삼 라면을 올리지도 않는다. 매일 일하는 사람은 클럽에 갔을 때 올리고, 매일 노는 사람은 어쩌다 일 열심히 할 때 티 나는 책상을 올린다. 수수한 사람이 어쩌다 풀 메이컵을 하면 셀카를 찍는다. 내일도 모레도 언제건 가질 수 있는 찰나를 올리지 않는다 (물론 매일 부와 미를 과시한다던가 하는 예외도 있다. 다른 결핍이 있어서 아닐까) 아무튼 그래서 그 사람이 올린 사진을 보며 역으로 이렇게 이해하곤 한다. 아. 이것은 저 사람의 ‘의례’가 아니라 저 사람의 ‘이례’ 겠구나. 나는 주로 목 늘어난 티셔츠에 추리닝이나 청바지 바람으로 하루종일 있기 때문에 그런 차림 사진은 기록할 필요가 없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넥타이를 맸다. 일 년에 열 번을 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의례와이례

-프레인 글로벌 CEO 여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