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하원칙 (5W1H)은 동서양 공히 글을 조리있게 쓰는 기본 원칙이다. 흔히 기획도 육하원칙에 따르라고 한다. 누가 (Who) 언제 (When) 어디서(Where) 무엇을 (What) 왜 (Why) 어떻게(How). 이 육하원칙은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에 박히게 반복해서 배운 탓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다들 법처럼 따른다. 그런데 기획에 있어서는 그게 큰 문제다. 내 생각으로는 일이 제대로 되려면 6원칙이 아니라 5원칙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그럼 '왜'는 어디로 가느냐고? 왜(Why)는 여섯 중 하나로 들어가 있으면 안 된다. 5원칙에 따로 따로 찰싹 붙어 있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계획을 유효하게 세우려면 왜 그 사람이 해야하는가, 왜 그 날 해야하는가, 왜 거기서 해야하는가, 왜 그것을 해야하는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에 각각 답이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 너무도 중요하고 모든 것을 관장하고 처음과 끝인 왜(Why)를 단순히 여섯 개 중 하나로 넣고 암기시킨 교육 때문에 무용한 계획들이 난무하고 '왜' 망했는지 모르게 망한다. <가수 홍길동이 크리스마스에 코엑스에 세운 화려한 무대에서 제품을 들고 노래한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라는 계획안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다 들어 있다. 이 계획을 보고 "왜?" 라고 다시 질문을 하면 "매출을 늘리기 위해"라는 답이 나온다. 만일 각각의 요소에 '왜'를 집요하게 넣으면 더 유효한 사람과 다른 장소와 다른 날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좀처럼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했는데 매출이 늘지 않았을 경우 그때가서 홍길동이 인기가 없었나? 무대가 너무 화려했나? 찾아 헤매는데 처음에 왜에 집착하지 않아서 그렇다. 개인적으로 '왜'의 중요함에 대해서 오랫동안 집요하게 강조해왔다. 보고서 피드백에 늘 "왜"라는 질문을 달아 돌려보내고, 왜를 주제로 한 장문의 에세이를 써서 공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보고를 받고 "왜?"를 따져 묻다 보면 각 요소가 다 바뀌곤 한다. '왜'가 다다. 유효한 구조는 누가 + 언제 + 어디서 + 무엇을 + 어떻게 + 왜가 아니라 왜 + 왜X(누가 + 언제 + 어디서 + 어떻게 + 무엇을)이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왜를 두 번 넣는 7하원칙 습관이라도 들여야 한다. 왜 +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 왜. 우리가 일을 하면서 출발할 때 원래 왜 그걸 시작했는지를 자꾸 잃어버리곤 하기 때문이다. 왜는 정말 중요하다.
-프레인 글로벌 CEO 여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