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어떤 남자랑 나란히 길을 걷는 꿈을 꿨어요. 취업준비로 힘들 때였는데, 저한테 괜찮냐고 묻는 거예요. 그 말에 괜찮다고 답했을 뿐인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어요. 꿈에서 깨고 생각해보니 3년 전에 인턴 프로그램에서 같이 일했던 남자였죠. 궁금해져서 SNS에다가 이름을 쳐봤는데, 찾아지더라고요. 작은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죠. 다짜고짜 메시지를 보냈어요. ‘저 기억하시나요. 오늘 꿈에 그쪽이 나와서 연락드려요.’라고요. 자기 공간에 놀러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죠. ‘진짜 찾아올 줄 몰랐다'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들었는데, 제가 나타났을 때 기분이 되게 이상했대요. 발바닥이 찌릿찌릿하다고 했었나. 저도 그랬어요. 같이 밥을 먹게 됐는데, 새우 머리를 남기길래 ‘머리 제가 먹어도 돼요?’이랬거든요. 그러곤 남자가 웃는 모습을 보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묘했어요. 그렇게 만나게 됐어요. “엄청난 우연이네요.” “신기하죠. 저도 그래요. 처음 알았을 때는 친하지도 않았고, 이후로는 연락도 한 번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그 사람과 계속 연결돼있었다는 기분이 들어요. 3년 전 인턴 프로그램을 같이 할 때 그 분이 제 마니또였어요. 선물로 ‘언니네이발관'의 CD를 받았었죠. 그리고 그 음악이 제게 남아 위로가 되어줬거든요. 그 순간부터 쭉.

-Humans of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