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을 보면 이렇게 패기가 없어서 걱정이 될 때가 있습니다. 세세한 스펙 따위는 별 상관도 없으니 목숨 걸고 그러지 말고 큰 꿈을 가져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지 내 물음에 H그룹 과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면 늙은이들더러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하겠냐?" "도전 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한테만 가지라고 하냐?"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게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2, 3년만 잃어버리면 H그룹 같은 데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을 넘겼다면서."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남겠지." "무슨 경험이 있든 간에 나이를 넘기면 H그룹 공채에 서류도 못 내잖아요." 누군가 끼어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 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습니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장강명, '표백'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