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미래에서 과거를 바라봤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른다섯의 내가 스물여덟의 나를 보면 어떨까, 스물여덩의 내가 스물의 나를 보면 어떨까.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다고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없던 때, 미래도 대학도 돈도 없어 독서실 총무를 했던 때, 편입 시험을 앞두곤 새벽 여섯 시부터 헬스장 카운터 알바를 했던 때, 거울 속 내 모습이 흑백사진 같았던 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상상이나 했을까? 대학도 졸업하고, 가고 싶은 출판사에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얼마나 반가워할까?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 과연 이게 원하는 일일까라는 불안은 없다. 다만 더 잘하고 싶을 뿐.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자꾸 더 높은 곳만 보며 나를 괴롭혀왔을까.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나면 아마 울 것 같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