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보다보면, 아무도 관심 없는데 뭔가를 막 하는 분들 있죠. 예를 들면 '플라스틱을 쓰지말자'며 백악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든가... 근데, 왜 한다고 생각하세요? 되지도 않는 일을... 해봤자 아무 것도 안바뀔텐데... 옳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하다보면 언젠간 바뀔 거라고 생각해서...? 제가 유신시절 학교에서 데모도 하고 그럴 때, 전 바뀔 거라고 생각은 안했어요. 박정희 대통령 보면 나이도 젊어 앞으로 10년, 20년도 더 할 것 같았고, 우리가 교문을 향해 짱돌을 던져봤자 교문 밖도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인데... 우린 3분 동안 외치고 징역 3년 살아요. 그걸 어떻게 이겨요? 그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면 못해요. 그냥 우린 '해야만 하니까' 하는 거지. 왜 해야한다고 느끼냐면... 내가 너무 못나보이잖아... 그냥 있으면... 그니까, 안해도 되는데, 누가 나한테 하라고 그런 것도 아닌데, 이건 진짜 못이기는 싸움이라는 것도 아는데... 근데 그렇다고 그걸 못본 채 외면하고 지나가면 내 인생이 너무 비참하고 비루한거야. 내가 평생 이런 비참함을 안고 살아야 하나? 결론이 뭐냐면, 때론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려고' 그런 일을 해요. 세상을 이렇게 해서 못바꾼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지키기위해 그런 일을 한다고요. 내 스스로 내 삶의 방식에 대해 비참하다는 느끼고 평생 자기비하 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물론 이길 수 있다고 믿고 했던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분들은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없으면 자신을 바꿔요. 이기는 쪽으로 가기 위해서 바꾼다고요... 그런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제가 평가할 일은 아닌데, 저는 당대에 이기려고 했던게 욕심이 과한게 아닌가 생각해요.
-유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