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드라마, 그리고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 경영에 대해 제일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얻는다. 유치한 예전 드라마도 여러번 돌려보는 습관이 있는데, 2006년에 SBS에서 방영되었던 김하늘/이범수/박용하 주연의 '온에어'를 보면 전도연이 까메오로 출연해서 배우 지망생인 김하늘에게 이렇게 얘기하는 대사가 있다. '나처럼 되는건 쉬워, 누가 너처럼 되고 싶게 만드는게 어렵지' 4년이 흘렀다. 대졸 신입으로 스톤브릿지에 들어가서 4년 정도 일한 뒤에, 지금으로부터 4년전 2012년 8월말에 큰 결심을 너무 스피디하게 내리고 패스트트랙아시아로 풀타임으로 옮겨서 일을 시작했다. 4년은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투였고,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 명의 제대로 된 사장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내 스스로를 반추해보며 느끼게 된 4년이었다. 생각해보면 투자만 했었지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내가, 마찬가지로 첫 번째 사업을 하는 여러 명의 파트너 회사 CEO 분들과 각기 다 다른 사업을 한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도전이었는지 그 땐 몰랐다. 단순한 소수 지분 투자자로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한두개의 잭팟이 나오면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망하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였지만, 지금은 시작할 때의 그 눈빛과 거쳐온 과정을 알기에 망하면 어쩔 수 없지... 라는 쿨함이 생기지 않고, 나도 그 시작에 동의했다면 함께 책임져야겠다는 그럴듯한 책임감이 어깨 위에 1톤 트럭처럼 가득하다. 그 무게를 가중시키는건, 전도연이 얘기했던 대사처럼 누군가를 따라가는 길이 아니라, 내가 처음인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잘된거 스마트하게 베끼면 참 좋을텐데, 그렇게 하자니 여러가지가 안맞고, 내가 생각한 것을 흰 도화지에 하나하나 그리고, 또 그린 내용을 이해관계자와 시장참가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나가는 과정은 그 대사처럼 난이도가 정말 높은 일이었다. 누가 사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내 4년의 결론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물론, 스타트업의 하루하루는 비관으로 가득하다, 항상 안되는게 더 많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 속에 이렇게 하면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최소한의 긍정적인 마인드인 것 같다. 두 발은 땅에 닿아 있지만 머릿 속은 하늘을 향해 있는 것, 긍정적인 마인드는 결국 포기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여겨 오래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매일의 굴곡을 견뎌내는 힘은, 내일은 잘될 수 있다는 다소 논리는 부족하지만 Gut Feeling에서 나오는 고집, 감.. 이런거였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과 내 이름 걸고 하는 것에서 오는 자존심 같은 원초적인 니즈가 자리해있다.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외로움을 견뎌내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CEO 뒤에 누가 없다는 것, 내가 내린 결정이 적게는 수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런데 그 결정을 내릴 때에는 완벽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쉬운 결정은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쉽게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잘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을 많이 느낀다. 1,2년은 그냥 쌓아두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3,4년 이상은 아니다. 회사가 망하지 않고 성장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한 것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명료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CEO의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된다.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쌓아두면 폭발하거나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점도 크게 느꼈다. 사람의 욕심이라는게 참 끝이 없다. 시작할 때에는 3,4개 회사 런칭해서 1개라도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초반 시행착오 이후에 만드는 회사마다 Product - Market Fit을 확인하게 되니 얼른 월 매출 1억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월 매출 1억을 모든 회사가 넘기니 월 매출 5-6억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또 모든 회사가 넘기니 빨리 월 10억이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여러개 중에 하나만 잘되어도 행복했지만, 지금은 하나만 안되어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거다. 정말 신기한 건, 회사의 스테이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느끼는 어려움과 압박감은 똑같지 않다. 작아지지 않고 계속 커진다. 한판 한판 깨면서 올라가면 더 쎈 보스가 나오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예전에는 신문 기사에 나온 오래 경영을 하신 경영자 분들의 인터뷰 내용이 (예: 매일 위기라고 생각한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등) 정말 재미없고 식상한 도덕교과서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확실히 피부를 넘어 가슴에 와닿는 포인트들이 생기고, 문제와 해결책은 점점 심플해지고 본질로 돌아간다. 좋은 사람들을 찾아, 적재적소에 자원을 제공하여,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 4년 뒤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길고 깊은 회고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일과 지금의 여러가지 사업을 하는 일 중에 뭐가 더 재밌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확고해지고 있다. 내 스스로를 계속해서 prove 해나가는, 지금의 사업하는 것이 더 좋다.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