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상장한 후 한 달쯤 되었을 때 리더십 타운홀이 있었다. 상장하는 순간이 전 직원에게 생중계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당시 동시접속자가 이천명쯤 되었던 것 같은데 다들 집에서(Covid-19의 한복판이었다) 벅찬 마음으로 그 순간을 지켜봤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부끄럽지만 찔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콧물도 나왔다. 어쩌면 찔끔이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들 그 날의 여운을 가지고 모였고 상장 후 결과도 나쁘지 않았던 터라 밝은 표정에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타운홀이 시작된 후 창업자가 들려준 첫 문장은 "혹시라도 아직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내려놔라." 였다.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해낸 게 없다. 혹시라도 작은 성취가 있다면 그 성취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아니라 과거의 우리들이 해낸 것이다. 고객들은 여전히 많은 불편을 경험하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해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다만 상장을 통해 소중한 자금을 확보했고 배울 수 있는 동료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우리가 꿈만 꿨던 그 많은 것들을 해낼 준비가 되었다. 흐트러지지 말고 우리 믿고 의지하는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집중하고 노력하자. 이런 취지의 문장들이 이어졌다. 들떠 있던 분위기가 단숨에 숙연해졌다. 그런데 그 분위기가 침울하거나 위축된 건 아니었고 뭔가 다들 각오를 다지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다.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아직도 부족한 것들 해내야 할 것들이 많지만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자금이 있고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를 믿고 채용해주는 고객들이 있으니 용기를 잃어서는 안 된다. Let's create a world where customers ask "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
-쿠팡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