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우리 방 시계가 2시 16분에서 멈췄던 적이 있다. 고쳐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대로 두기를 몇 달, 어느새 내 방 시계는 2시 16분에서 반년째 멈춰있었다. 그 얘기를 어쩌다 친구랑 대화하다가 나왔는데 친구 놈이 대뜸 이러는 것이다. "야 그럼 네 방 시계가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거네~" 처음엔 놀리는 줄 알고 웃었다. 그랬더니 자못 진지하게 다시 말한다. "아니, 생각해봐. 다른 시계들은 아무리 정확하게 만들어도 0.000001초라도 매 순간마다 항상 틀리게 돼 있는데 너네 방 시계는 하루 중에 적어도 두 번은 꼭 정확한 거잖아. 새별 2시 16분이랑 낮 2시 16분에." 내가 좀 더 좋은 대학에 갔다면, 좀 더 잘생겼다면 학점이 좀 더 좋았다면, 저렇게 멋지게 사는 저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행복이라는 건 시계를 맞추는 일과 같아서, 완벽에 가까울수록 완벽히 되지 못함에 불행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지금 이 시각에 건전지를 빼고 시계를 멈추니 일이다. 그럼 당신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행복할 수 있을 테니.

-서울대학교 대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