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식을 먹든 어디를 가든 냄새를 맡는 편이에요. 처음에 딱 이 강당에 들어왔을 때 우리 오빠 방 냄새가 나가지고 그리고 또 저희들이 사회에서 들어왔기 때문에 살랑살랑 사회 냄새가 나죠? 그러면 제가 퀴즈 하나 낼게요. 토끼와 거북이 경주 알죠? 거북이가 이겼어요? 졌어요? 이겼습니다. 항상 이 경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거북이는 왜 토끼와 경기를 한다고 했을까? 거북이는 누가 봐도 토끼랑 상대가 안 되잖아요. 질 게 뻔한 경기에 거북이는 왜 참가 했을까... 제 대답은 다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주변의 상황이나 환경이 아닌 나도 모르게 왜곡된 내 안의 열등감이었어요. 우리 집이 생선 가게였기 때문에 비린내 난다는 게 콤플렉스였어요. (누군가 냄새만 맡아도 기죽었던 어린 시절 영자) 놀림 받을까 냄새를 확인하던 게 지금까지도 습관으로 남은... 음식 냄새 맡는게 아니에요. 습관이에요 사실 별른 의도 없는 친구들의 행동에도 (혼자 부풀려 생각하게 되고 상처를 키웠던 영자) 그러다가 친구들이랑 싸우고 지금 돌이켜보니 왜곡되게 세상을 봤던 나 자신 그리고 콤플렉스가 생긴 또 다른 이유. 우리 어머니는 철저히 남아선호사상이었어요. 저는 나중에 알았어요. 닭 다리가 그렇게 맛있는 건 줄. 언제나 닭다리는 오빠거, 닭 날개는 아버지거, 영자에게 돌아오는 건 닭 목살뿐. 엄마의 시대에는 아들을 못 낳으면 쫓겨났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런 콤플렉스가 있어요. 누가 좋아한다 그러면 어색하고 민망해, 특히 남자가 좋아한다 그러면 급전이 필요한가? 콤플렉스라는 게 무섭거든요. 기왕 군대 왔으니까 어차피 이 시간은 채워야 되잖아요.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여러분이 군대에 있는 1년 8개월 동안 스스로한테 집중해서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 열등감이 무엇인지 찾아내서 박살냈으면 좋겠어요. 열등감을 떨쳐내야 스스로 망가지지 않아요. 자기 자신 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망가트릴 수 있는 열등감. 열등감에 갇혀있던 어린 영자의 다짐 “꼭 성공해서 혼자 닭 한마리를 다 먹으리라.” 원동력이라는 게 큰 게 아니에요.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성공의 원동력이 된 그 다짐. 저는 그거 때문에 성공한 것도 있어요. 한 마리를 다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열등감이 너무 무서운 게 내가 알지 못하고 고치지 못하면 세상의 소리를 하게 듣게 만드는 열등감. 그래서 어린 친구들에게 그 얘기를 해주면 조금이라도 더 밝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을까? 그래서 거북이는 왜 토끼와 경기한다고 했을까? “거북이는 콤플렉스가 없었구나.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 것일 뿐, 느리다는 열등감이 없었기 때문에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거북이.
-전지적참견시점 이영자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