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인식들이 있죠. '궁해봐야 돈 귀한 줄 안다.' '집 나가서 개고생해봐야 집 소중한 줄 안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뼈빠지게 고생해봐야 정신 차려서 열심히 산다. 위 분 말대로 뭐든지 고생해가면서 배울 수야 있겠지만, 이게 마치 모든 역경은 깨달음을 준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죠. 안타깝습니다. 제가 읽은 소설 중에 고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이라는 단편 소설이 있는데요. 거기 보면 가난한 달동네 처녀와 그 여자랑 동거하는 남자가 나와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재벌집 아들이었는데, 한다는 소리가 "아버지께서 이런 빈민가에서 한 번 고생을 해봐야 멋모르고 날뛰는 재벌 소리 안 듣는다"면서 빈민가 체험을 시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기업을 물려받을 자격이 주어진다고요. 그렇게 그 남자는 홀연히 사라져버립니다. 그걸 보고 여자 주인공이 '가난을 도둑맞았다'라고 표현해요. 제 생각에 딱 그런 모양인 거 같아요. 진짜로 그 곤궁과 고통에 처한 사람에게 전혀 공감하지도 못하면서 고생을 마치 하나의 스펙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저도 그런 문화가 너무 싫습니다.